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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마이 라이프

[시리즈 연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

by 여아나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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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마이 라이프]

 

4. 노력으로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성실하지만 성실도 만큼 성적이 나오지 못했던 아이’

학창시절 반에는 이런 친구가 꼭 있었다. 수업시간에 절대 졸지 않고, 필기도 열심히 하는데 늘 하위권의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각각의 원인이 있겠지만 성실한 것에 비례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의 문제는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일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 그 요령이라는 게 나쁜 게 아니고 일종의 센스지.”

 

함께 일하다 보면 답답할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같은 일을 해도 굉장히 속도가 느리고 성과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이 느릿해서, 습득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느려서라지만 그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를 더 힘들게 만든다.

 

가족이었다면 조금 느릿한 그녀를 위해 걸음을 늦춰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는 열심히 따라와도 함께 걷지 못한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놓아버리게 되는 일이 더 많다.

 

“서른씩이나 되서 일 처리를 그렇게밖에 못해?”

 

이런 말 들으면 화부터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해져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숫자가 늘어난 만큼 그 분야에서 시간을 쏟아 일을 해왔다는 것이고 시간에 비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시간보다 덜했던 이들보다는 ‘뭔가’ 더 나아야 한다.

 

 

© danillorente, 출처 Unsplash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느리다는 속도만 탓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잘하는데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 일을 좋아는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방송을 하고 싶어요.”

 

퇴사 전 한 후배에게 했던 내 말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물론 아직 방송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친구였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면서 내내 그녀의 열정이 실력까지 미치지 못함에 늘 아쉬웠다. 그래서 퇴사를 앞둔 술자리에서 결국 그녀를 울리고 말았다.

 

“넌 로스쿨로 다시 돌아가는 게 어때? 난 네가 방송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최대한 돌려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아직 어리니까 경험이 쌓이다보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있어서는 ‘노력’이 반드시 실력으로 연결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했다.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나운서를 꿈꾸고 단 1분이라도 방송을 하길 원한다. 그러나 그중 실제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고, 그 극소수 안에서도 지상파, 케이블이 나뉘고 정규직 비정규직이 나뉜다.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고 그에 비해 기회는 적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조건과 페이에 방송을 하기도 한다. 그때는 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할 수도 있지만 얼마 지나면 현실에서 느껴지는 여러 괴리감이 자신을 힘들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다른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깨달음의 시간은 누구든 다를 것이다. 이것은 이 일 조금해보고 ‘아, 이건 내 적성에 안 맞네’의 뉘앙스가 아니다. 남들보다 내가 이 영역에 능력이나 센스가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더 플러스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 davidmarcu, 출처 Unsplash

 

 

그렇다고 ‘싫어하는데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난 그녀가 앞으로 잘했으면 좋겠고, 잘됐으면 좋겠다.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는 만큼 실력도 그 정도로 성장했으면 한다.

직장을 관두는 이유 중에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답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일을 하다가 보면 몇 년 주기로 올 매너리즘을 하루에 수차례 씩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그것을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열심히 시간을 쏟아 부어서 한다고 그것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재능을 잘 파악할 줄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단 1%의 확률만으로 희망을 갖고 우직해지는 것은 시간낭비일 수도 있다. 희망이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앞에서는 우리를 앞으로 달려 나가게끔 하는 역할을 하지만 뒤집어보면 희망이라는 녀석은 우리에게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인생은 이번 한 번뿐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내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꾹 참으며 한다거나 가능성이 너무나 낮은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죽어도 노력해서 이루겠다는 사람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자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했다면 뒤돌아 후회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 후로 오는 허탈감도 감당할 줄 아는 강심장을 가져야 한다.

서른의 우리가 그나마 조금 더 안 사실은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씩 포기를 할 줄 알고, 불가능한 것에 대해 무모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소극적’이 아니라 좀 더 ‘현명해진 것’이다.

 

 

 

 

 

 

© jovisjoseph, 출처 Unsplash

 

나는 조금 덜 예뻤기에 조금 더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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