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 마이 라이프]
part2 멈추지 말고 직진 │1. 한번 더 시작해
어느덧 직장 4년차 대리가 됐다.
대리가 됐다고 해서 내 업무가 달라지는 게 없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었다. 게다가 그해 연봉까지 동결되어 변화를 느낄 만한 구석이 없었다. 대리가 된 내게 한 선배가 말했다.
“그 시기가 말이야. 딱 매너리즘에 빠지기 좋은 시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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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서른 정도가 되면 직장 3, 4년차가 되고, 좋든 싫든 이때는 대리를 달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입사 초부터 회사를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자주해왔지만 4년차에 접어들자 이 매너리즘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시기는 누구나 회사도 일도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 딱 좋은 시기다. 매일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이 점차 지겨워지고 무기력해지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나는 ‘여아나의 스타일링 마이 라이프’라는 블로그를 2년 넘게 꾸려가고 있다. 나의 블로그 이웃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분들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그 밑에 줄줄이 댓글이 달렸다.
‘여행이요! 뉴욕도 유럽도…. 나이가 어렸다면 유학도…. 나이만 먹고 뭐 한 걸까요?’
‘여행이요. 예전에 결혼한 언니들이 그런 말하면 와 닿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집안행사다 뭐다 챙기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서 나이만 먹고 있네요.’
‘전 지금 그래서 일 그만두고 공부 다시해요. 하고 싶은 걸 지금 하는 게 너무 좋아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 같아요. 지금 꿈을 꿀 수 있는 거 자체만으로도…. 일에 치여 살면 꿈 꿀 생각조차 못하잖아요.’
‘내 품에 안긴 이 남자의 세계도 참 좋지만 아직 다 못 꺼내본 지도 어딘가의 저 세계가 참 그리워요. 그래서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바로 ‘여행’ 이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당연히 시간을 내 가기 어렵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짧게 여행을 다니는 것 외에 어디론가 혼자 훌쩍 떠나는 게 쉽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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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나이, 현실의 제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여행도, 꿈도 잊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을 모두 뛰어넘어 새롭게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람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해 이직을 한 사람도 있었다.
‘제약’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그 제약은 자신 스스로가 만든 경우도 많다. 우리가 놓아주면 그뿐인 것들이지만 스스로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있는 제약들 때문에 우리의 희망과 꿈마저 잃을 수는 없다.
서른이 넘었지만 꿈을 찾고 있다는 L양는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치위생사였던 그녀는 얼마 전 병원을 관뒀다. 연봉도 이제 제법 올랐고 일도 편해져서 계속 일을 해도 그리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그녀는 병원을 관두고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작한 것은 바로 ‘플라워케이크 만들기’였다.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던 그녀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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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가 진짜로 만든 거야? 이걸 어떻게 만들어?”
“이건 100% 우유 버터로 만든 건데 그렇게 어렵지 않아. 배우면 너도 할 수 있어. 나 이거 배워서 공방도 차릴 거야. 그래서 베이킹하고 바느질로 앞치마랑 이런 저런 소품도 만들고…. 큰돈은 아니어도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예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것도 내 친구인 그녀의 손으로 그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가장 놀란 점은 병원을 관두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강한 심장’이었다.
또 다른 친구도 서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K양은 연봉 높기로 유명한 모 은행에서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언론학 전공 석사과정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자신의 꿈이었던 교수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좋겠다. 나도 공부하고 싶어. 근데 머리가 굳어서 할 수 있겠나 싶다.”
“하고자 하면 뭐든 된다! 근데 그냥 회사 다니기 싫어서 공부하려고 하는 거면 ‘비추’야. 공부, 그거 함부로 하는 거 아니더라. 사실 나도 좋기는 한데. 가끔 머리에서 쥐나는 거 같아.”
행복한 투정이었다. 이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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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일에 치여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미뤄왔던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용기 낸 그녀들이 멋지다. ‘서른’ 안팎의 나이 때문에 머뭇거리기보다는 시기와 상관없이 꿈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새롭게 시작한 그녀들이 정말 대단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직, 유학, 여행 등 지금도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떠나는데 필요한 건 용기,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다.
플라워케이크를 만드는 L양도 대학원에 진학한 K양도 무작정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준비를 했고, 그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돈을 모아뒀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이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준비하지 않음을 탓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스스로 그런 꿈을 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아둔 돈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회사를 뛰쳐나오는 것은 정말이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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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여의도 공원 산책 중.
흐려진 중앙선과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를 새로이 칠하고 있다.
우리는 새롭게 '진해진' 화살표를 보고 서로 부딪치지 않게 길을 걷는다.
인생에서도 이렇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을 때
누군가가 와서
'여기는 넘으면 좋지 않아. 이 쪽 방향으로 가면 좋을거야 '하고 길을 알려주면 좋겠다.
지금 내 방향성이 흐려지고 있는 시점.
과연 내가 그릴 화살표는 원래 그 자리일까. 새로운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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