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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사랑, 다시 한 번 시작하라. 서른에 다시 시작하는 연애.

by 여아나 202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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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 다시 한 번 시작하라

 

사람은 가까이 있는 꿈에 만족해한다.

멀리 있는 것에 욕심내봤자 힘들고 속만 쓰릴 뿐이니까.

공허한 열정은 가슴앓이만 남을 뿐이니까 그래서 세상 가장 미련한 짓이 짝사랑이다.

그래도 그 미련한 짝사랑이 해볼 만한 이유는

그 열정이 아주 가끔은 큰 기적을 만들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멀리멀리 돌아 이루어지기도 하고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고 그 꿈 근처에 머물며 행복해질 기회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중에서

 

© Ben_Kerckx, 출처 Pixabay

 

사랑 중에 가장 쉬운 사랑이 짝사랑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짝사랑은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도 행복하다. 짝사랑이 드러나는 순간, 온갖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설사 그 사랑이 이뤄졌다고 해도 우리는 그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의 ‘불안함’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래서 슬프지만 가장 편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그러나 우리는 짝사랑만하며 살 수는 없다. 두렵고 힘들 수도 있지만 짝사랑을 넘어선 사랑에 한 발 더 발을 내딛어야 한다.

 

과연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가 일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30년 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사랑이 이루어진 적도 그렇지 못한 적도 있다. 그리고 만남 뒤에 따라오는 헤어짐 후에는 연애의 실패에 좌절하며 다시는 연애를 못 할 거 같지만 대부분 신기하게도 다시 그 힘든 연애를 시작한다. 마치 한 번도 헤어져 본 적이 없던 것처럼 헤어짐의 상처는 내 기억에서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다년간 연애를 하며 여러 남자와 연애를 해본 A양과 늘 연애의 결말쯤 눈물을 쏙 빼며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고 울고 불고를 반복한 B양의 대화는 A양이 선생, B양이 학생모드로 변했다.

 

B양: “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본 거 같아. 어쩜 남자들은 이리 다 똑같니? 이러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서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A양: “내가 다년간 너를 대신해 시험을 해 본 결과. 남자는 다 똑같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런데 중요한 건 만나다 보면 꼭 다 똑같아지더라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한다. 보통 ‘남자는 다 똑같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을 돌려하는 거 같기도 했다.

 

A양: “만나는 남자가 원래 다 똑같았던 게 아니라. 네가 만나는 상대는 너를 만남으로 하여금 그렇게 변해간다는 거야. 사실 다 똑같지 않지만 너는 그 공통점을 찾아내는 거고. 결론은 널 만난 그 남자들이 똑같다고 느낀 건 그 남자들이 아니라 너로 비롯된 일이라고.”

남자가 원래부터 다 똑같다기보다는 내가 만나는 남자는 나를 만남으로 하여금 그렇게 같아지거나 혹은 내가 그들의 공통된 습성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A양 아무리 봐도 연애학 책 한 권 낼 거 같다.

 

B양: “내가 지금 스무 살…. 아니 싫다. 나 그때 진짜 바보 같았으니까. 그냥 내가 20대라면 좀 더 자유롭게 연애해보겠어. 용기내서 고백도 해보고 차이기도 하고. 나 좋다는 남자도 한 번 만나보고. 그렇게 할 수 있겠는데 지금 나이의 연애는 나도 부담이고 더 중요한 건 남자들이 날 부담스러워 한다는 거지. 나이 때문에.”

 

A양: “난 지금도 연애하는데? 물론, 소개팅 시장에서 ‘서른 살’이라는 여자 나이를 이야기하면 남자들은 ‘결혼하려고 소개팅하나’ 싶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들의 선입견. 네가 깨면 되지. 너 연애하고 싶다며.”

 

쿨한 A양이 B양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압권이었다.

 

“연애하고 싶으면 일단 네 허리둘레를 나이보다 다운시켜야겠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A양은 늘 자기관리에 철저했고 외모뿐 아니라 똑똑하기까지 했다. 야무진 성격의 그녀는 B양에게 한의원 한 곳을 추천했고 B양은 그 날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하겠다고 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증이라도 하듯, 그녀는 서른 즈음의 나이와 비슷한 허리둘레를 줄이지 못했다.

B양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연애들로 인해 남자들에 대한 울렁증 비슷한 게 생겼다는 것이다. 소개팅을 해도 연애가 시작 될 듯한 시기에도 그녀는 “또 헤어질지도 몰라. 나 못하겠어”하며 발을 빼버린다. 그리고 그 현상은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며 더 심해졌다.

 

내게도 한때 이성에 대한 울렁증 비슷한 불편함이 있었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남녀공학을 다니던 내가 여대에 입학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입학식이다. 대강당에 모인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여자’라니. 사실 약간 징그럽기도 했다. 세상 모든 스무 살 여자들이 다 모여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 울렁증은 당연히 얼마 뒤 아주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나 B양의 증상은 나와 아주 많이 달랐고 정도가 심해지는 게 문제였다.

 

연애는 상대가 누구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다음 연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늘 끌려 다니는 식의 연애를 지속했던 그녀는 처음 그녀의 상냥함과 착한 성품에 반했던 그들이 나중에 그녀를 쉽게 생각하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

 

“야. 그 놈들이 이상한거야. 너의 진가를 알아줄 남자는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어. 걔들이 복을 찬 거지. 걔네들 복은 딱 거기까지야. 못된 여자 만나서 고생해봐야 그때 알거다.”

 

위로의 말은 건넸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때 A양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는 열 번 웃게 하는 남자보다 열 번 울리는 남자한테 가. 남자라고 안 그러겠어? 너 너무 착하게 굴지 마. 그래 착한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다 오케이 무조건 오케이 좀 그만해.”

 

그녀는 결심을 했다. 다음 연애에서는 전보다는 덜 참고, 덜 잘 해주기로. 그녀가 이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랑 앞에 와르르 다시 한 번 더 무너지고 또 한 번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난 믿는다.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될 사람이 있을 거라고.

 

 

© fadid000, 출처 Unsplash

 

그저 난 다시 그녀가 연애를 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복 못할 거 같던 과거 연애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랑에 실수가 없었다면 무언가 깨닫지도 못했을 것이다. 실수투성이 연애라도 한 번 해보면 그것에서 오는 깨달음이 우리의 다음 연애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비록 실수가 반복될지라도 그 실수보다 더 큰 실수를 하게 될 지라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용기를 끊임없이 잃지 않는다면 희망도 함께 따라오고 거기에 우리의 연애도 사랑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현실을 피하기만 한다면 나중에는 현실에 맞서는 방법도 잊게 된다. 어렵다고 해서 돌아가지도 말 것이며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지도 말자. 우리는 이미 상처 한 번쯤은 받아보고 그 상처를 극복 또는 그런 척을 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소극적으로 변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덜 사랑하기, 덜 그리워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울 때는 맘껏 그리워하고 사랑할 때는 맘껏 사랑을 해야 미련이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언젠가 끝이 온다. 그 끝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말자.

 

또 한번의 연애에서 실패를 했다고 해서 결코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또 다음의 연애가 있으니까. 연애 그리고 사랑. 다시 한 번 더 시작하자.

 

 

 

온 우주 한 가운데 그와 내가 둘이 있는 기분.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이지 않는 상태.

그렇게 그와 나 단 둘만이 꾸려가는 우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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