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울고 불고해도 사랑
1. 서른의 연애, 왜 꼭 결혼이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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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
이때 우리는 매년 무언가 결심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 중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될 것 중 하나.
연애
12월 31일에 친구들과 각자의 올해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10년 째 ‘애인 만들기’가 목표였던 한 친구는 올해도 변함없이 제일 첫 번째 목표를 ‘연애’로 정했다. 그것도 결혼할 상대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근데 왜 올해는 결혼할 상대를 찾아보겠다는 거야? 너 정말 결혼하게?
“결혼해야지. 서른인데…”
서른의 연애가 결혼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혹은 전 남자 친구를 잊으려고 연애를 한다. 또는 혼자는 외로우니 습관적으로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고, 심심해서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연애는 누구나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거 같아서 남들 따라 유행처럼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운명처럼 내 앞에 그대가 나타나 연애가 시작됐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연애의 시작 방법도 각기 다르다.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연애를 하기 위해 소개팅을 전쟁처럼 치르고 ‘마침내’ 연애를 ‘얻어내는’ 사람도 있다.
연애를 끝내는 방법도 모두 제각기다. 성격차이부터 시작해 상대방이 싫어지거나 지겨워져서, 다른 사람이 생겨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고 어떠한 ‘상황’도 연애의 마침표를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결혼이다.
이렇게 우리는 연애를 하는 이유, 그 시작과 끝도 다르기에 누군가의 연애에 대해 비방하거나 간섭을 한다는 것 자체는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서른 즈음이 된 여성들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세상은 간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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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칸트
사랑도 그렇다. 사랑이 목적이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그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른 즈음의 여성에 대해 세상은 연애를 수단으로 결혼을 강요한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결혼하라고 하잖아. 추석, 설 명절 때 결혼 스트레스 나만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올해 절실하게 느꼈어.”
설과 추석 명절 때 미혼남녀가 가장 듣기 싫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라는 기사를 접해도 전혀 현실감이 없었던 나와 내 또래들은 이제 하나둘 이런 질문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내가 만들 내 인생이니까. 그렇게 묻든 말든 나는 그저 웃으며 “아직이요. 안 해요”라고 답했다.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을 할는지.’
씨스타의 ‘give to me’가 나왔을 때 내 친구들과 나는 경악을 했다.
“난 이 가사가 참 그렇다. 요즘 평균 결혼 연령이 몇 살인데….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도대체 누구야?”
서른이 넘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우리도 여전히 결혼에 대해 생각이 서지 않는데 여전히 풋풋해 보이는 그녀들이 저런 가사의 노래를 하니 전혀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때의 사랑과 사랑에서 오는 상처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고, 저 곡을 만든 이단옆차기 (둘 중 누가 작사인지는 모르겠으나)가 남자라서 잘 몰랐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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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중반이 넘어서 ‘작별’의 노래에 맞춰 학사모를 던진 직후, 오페라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이 오버랩되며 결혼식장으로 입장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홉수’가 되기 직전인 스물일곱과 여덟 사이에 결혼을 서둘러 했던 친구도 많았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스물아홉이 되고 서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다.
신문이며 방송매체에서는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이 29.4세(2012년 기준, 통계청)라며 계속 높아지고 있다지만 어른들의 시각은 10년 전 아니 20년 전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어른들의 시각에서 계속해서 ‘압박’을 받는다.
지난 번 친구 집에 갔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내게 “너희 둘이 몰려다니지 말고 남자를 만나라”라며 타박하셨다.
서른하고도 하나.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의 압박이 자꾸 우리를 ‘결혼’이라는 문턱으로 내몬다. 그래서 연애가 연애가 아닌 결혼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로맨틱한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달달한 로맨스를 꿈꾼다. 결혼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은 삼가길 바란다. 누구든지 결혼도 연애처럼 그렇게 예쁘게 연애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겠지만 (모든 연애 기간이 다 예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고) 결혼이 현실 앞으로 다가오게 되면 로맨스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른의 우리들의 연애가 왜 주위 눈치를 살펴야 하며, ‘결혼’을 계속해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또 그것 때문에 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나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서른의 연애는 왜 꼭 결혼이어야 해?
혹자는 내게 이런 답을 주기도 했다.
“아이 안 낳을 거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아야 순산도 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르고 아이한테도 좋대.”
엄마가 될 준비도 안 된 사람에게 덜컥 아이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다. 결혼도 안 했는데 왜 임신과 출산부터 걱정해야 할까? 조급한 생각이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다른 이들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 결혼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우리는 우리만의 인생의 주기에 따라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그쯤 되면 결혼을 하고, 그쯤 되면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살 필요는 없다. 세상의 시선에 휘둘려 나의 연애를 결혼으로 귀결하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게 아니니.
서른의 연애는 결혼의 수단이 아니다. 서른의 우리도 당당히 연애를 하자. 우리는 여전히 봄날의 벚꽃 같이 찬란하고도 달달한 연애를 할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서른이니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집에서 주변에서 받는 압박을 견디기 힘들다면 연애든 선이든 결정해 결혼을 위해 뛰라. 그러나 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 연애와 결혼을 하다 체하면 토한다고, 등 몇 번 두드린다고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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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지마라
-영화 <싱글즈> 중에서
허기가지면 앞 뒤 물불가리지 않고 일단 무언가 먹고 본다. 그리고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에 빠져 있지만 뭔가 찜찜하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면 냉장고 속에 고이 넣어둔 맛있는 음식이 딱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내 위는 지금 가득 찬 상태. 더 구겨 넣어봤자 살만 찌거나 체한다. 그리곤 후회를 하고 다음번에는 좀 더 참기를 다짐한다.
사랑에 허기진다고 아무나 만나지 말자.
두 개의 심장이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서로 한 쪽씩 꼭 잡아준다면 따스한 온기는 영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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