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누가 끝이래?
프롤로그
서른, 누가 끝이래?
2013년, 나는 서른이 되었다.
“oh, my god.”
“서른이야, 어떡해?”
“나 뭐 한 것도 없는데 서른이래.”
“서른에는 뭔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냐? 큰일 났다. 난 그대론데?”
“20대가 아닌 나는 이제 연애도 못하겠다.”
2013년 1월 1일, 자정을 넘긴 시각.
갓 서른이 된 우리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이런 내용들뿐이었다. 《베로니카 서른, 죽기로 결심하다》 제목만 본 친구는 우린 이제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던졌다. 대체 책은 읽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 juhg, 출처 Unsplash
서른이 되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야 했다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20대가 아니니 이제는 연애도 제대로 못할 거라 생각한다(원래 못했으면서…).
사람들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서른이 되기 전에 떳떳한 서른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특히 서른인 여자들에게는 더 독한 말도 던진다.
“서른이면 이제 한 물 갔지.”
“걔 벌써 서른이래? 시집 안 가고 뭐 했대?”
“서른? 그럼 언제 결혼한대?”
“여자 서른은 좀 부담스럽지.”
여자 나이 서른이면 ‘이제 한물 간, 얼른 시집가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이러한 서른 안팎 나이의 여성을 부담스러워 한다.
10대 때는 스무 살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나이트클럽 같이 성인들만 갈 수 있는 곳에 당당하게 출입하거나 18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누구나 한 번쯤 ‘빨리 스무 살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10대 때는 성인들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20대, 특히 20대 여자들은 서른을 기다리지 않는다. 동경과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서른이라는 숫자에 몸서리친다. 서른이 되면 마치 인생 끝까지 온 거처럼 ‘이제 난 무엇인가’라고 생각한다. 서른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고 내 인생에 희망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 znkrt, 출처 Unsplash
그러나 싫든 좋든 누구나 서른이 된다. 1984년 12월 12일 태어난 나 또한 2013년에 서른이 됐다. 2013년 한 해는 한 편의 버라이어티 쇼 같기도 했고,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가 멜로가 되기도 하고, 인생극장 같기도 했다.
20대처럼 서른도 다르지 않았다. 끝이 난 것도 없었고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나는 20대 때보다 일을 더 저지르며 다녔다. 1년 내내 어디론가 떠날 궁리만 했고 새로운 것을 갈망했으며 결국은 서른 살의 끝에서 퇴사를 했다. 내 서른은 또 다른 시작이었으며 스물아홉 살과 연속된 순간들이었다.
서른, 대체 누가 끝이라고 한 걸까?
2014년 이제 막 서른+하나가 된 여도은
'스타일링 마이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일링 마이라이프-시리즈] 사랑해줘요, 내 나이 서른 (0) | 2021.09.07 |
---|---|
[스타일링 마이라이프-시리즈] 왜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0) | 2021.09.07 |
시작하기 전에 버려야 하는 것 (0) | 2021.09.06 |
백화점이 이럴 일이야? 다양한 공간으로 놀고 싶어지는 '롯데백화점 동탄' (0) | 2021.09.05 |
강의를 마치고 한강 공원에 들른 날 (1) | 2021.09.05 |
댓글